

잔혹한 기록은 편지 한 통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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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명, 업계 떠나거나 잉여인력 전락
첫 번째 이야기
흩어진 식구들

'공익'이라는 명분에
35년 토종기업이 쓰러졌다

평택시 통합 5년 전인 1990년부터 칠괴동에서 자리를 지킨 선일은 2024년 6월 13일 조업을 멈췄다. 평택도시공사가 추진 중인 브레인시티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부지가 묶이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이전을 결정했지만, 대책을 마련해야 할 관은 뒷짐만 진 채 말이 없다. 목마른 선일 측이 도리 없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간신히 부지를 매입한 뒤 공장 이전 승인을 신청했지만, 평택시는 ‘환경오염 우려’를 명분 삼아 앞길을 막아섰다.
이들은 짧게는 10여 년, 길게는 30년 넘게 선일에서 청춘을 보냈다. 날마다 얼굴을 맞대던 기사 33명은 뿔뿔이 흩어졌다. 공장 폐쇄설이 나돌던 2023년 3명이 먼저 떠났고, 문을 닫은 뒤 30명 중 6명은 다른 회사로 옮겼다. 나머지 24명 중 1명은 아예 차를 팔고 이쪽 업계와 담을 쌓았다. 다른 이들은 이곳에서 특정한 소속 없이 무작정 기다리다 어디에선가 찾으면 곧장 현장으로 달려간다. 건설 경기가 얼어붙는 겨울철에는 소득이 뚝 끊겼다가, 날이 풀린 3월에서야 일감이 겨우 돌기 시작했다.
현재 선일 노동자 근무 현황

일용직 대기
23명
타사 이직
6명
업계 이탈 1명
23년 조기 퇴사
3명
출처:중부일보


안정도 | 선일콘크리트 전 믹스트럭 기사
“희망이 없다 보니 사람 만나는 자체가 겁이 나요. 이 나이에 뭘 더 바라겠어요. 단 하루라도 옛 동료들과 안정된 직장에서 오순도순 일하고 싶죠.”

오양석| 선일콘크리트 전 믹스트럭 기사
“수입이 선일에서 근무할 때의 3분의 1도 안되니까, 그 돈 가지고서도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두 번째 이야기
선일, 법에 호소하다
선일 vs 평택시, 1년 7개월의 법정 공방 시작
수원지방법원 제1행정부 409호 표준 법정. 이곳은 지난 8개월 동안 평택지역 토종기업과 평택시가 나란히 앉아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른 격전지였다. 서울행정법원에 처음 소장을 낸 시점(2024년 9월 3일)부터 치자면 1년 7개월을 훌쩍 넘겼다. 발생지 관할 법원인 수원지법으로 사건을 이송하는 과정도 거쳤고, 변론 준비 절차를 밟는 데만 꼬박 11개월이 걸렸다. 말이 좋아 변론 준비지 그중 7개월은 하릴없이 세월만 보냈다.
35년 토종기업 선일콘크리트㈜가 평택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공장 이전 승인 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은 단순한 인허가 분쟁을 넘어 지방자치단체 재량권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묻는 상징성 뚜렷한 사건이다. 재판부가 지난 23일 예정한 1심 선고를 다음 달 7일로 돌연 연기하면서 긴장감은 더욱 팽팽해졌다. 법정에서 오간 날 선 공방을 쟁점별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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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야기
‘첨단 밀폐’도 소용없는 묻지마 거부
평택시가 내세운 환경오염 우려
선일 공장 미세먼지 평균농도,
환경부 배출 허용기준 10% 수준 그쳐…
평택시가 주장하는 레미콘 인근 대기질 악화, 근거없어
일반 (노출형) 레미콘 공장 환경분석 결과
평택시가 먼지와 소음을 이유로 환경권 침해를 우려하자,
35년 토종기업 선일콘크리트㈜는 설비 전체를 감싸는 ‘완전 건물 밀폐형’을 대안으로 내놨다.
선일 평택공장과 비슷한 환경인 수원(화성)공장을 조사한 결과, 2020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자가 측정한 전체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환경부 배출허용기준(50mg/㎥)의 10% 수준에 그쳤다. 장소(혼합·저장·계량시설)와 계절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었지만 기준보다 늘 낮았다. 겨울철 온수 공급용 보일러 가동으로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황이 발생하지만, 이 역시 환경부 기준을 밑돌았다. 이러한 수치는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오염 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나오더라도 법 테두리 안에서 관리 가능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선일콘크리트가 평택시 오성면으로 이전해 지으려는 첨단 밀폐형 공장 조감도. 사진=선일콘크리트

네 번째 이야기
선일, 1심 승소하다


다섯 번째 이야기
평택시, 1심 판결 불복 항소
레미콘 공장 이전 갈등, 1년 더
전문가는 이렇게 말한다

"2년 전에 흩어졌던 분들을 다시 만나
같이 웃으면서 열심히 일하고 싶습니다."
이근제 | 평택 선일콘크리트 공장장
"공공사업으로 인해서 회사가 강제수용되고 철거되는 과정에서 직원, 그리고 기사 여러분 모두 뿔뿔이 흩어져서, 그 대목에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요. 그 2년동안의 피해는 어느 곳에 얘기할지...너무 고통이 심했거든요."

행정이 말하는 공익은
누구를 위한 공익이었는가
평택시가 '공장 이전 승인 신청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1심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함으로써 공은 이제 수원고등법원으로 넘어갔다.
믹스트럭 기사 33명을 비롯한 선일 노동자들의
현장 복귀와 공장 이전 절차는 당분간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선일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평택시의 법적 공방은 앞으로도 더 길게 이어질 전망이다.


공익이란 이름의 흉기에 멍든 토종기업
기사 우승오·조미림|사진·영상 박명호|영상 배상일 |인터랙티브 편집 김시현|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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